오늘 우리는 역사의 큰 전환점 앞에 서 있습니다. 광복 81주년을 하루 앞둔 오늘, 광복 100년이 되는 2045년까지 남은 시간은 19년입니다.
백여 년 전, 남과 북이, 바다 건너의 동포가, 종교와 이념이 다른 이들이, 세대와 계층이 다른 이들이 한마음으로 독립의 깃발을 들었습니다. 우리는 그 3·1의 정신을 이어가겠습니다.
지난 80년이 가난과 억압을 딛고 앞만 보며 달려온 경쟁의 시대였다면, 앞으로의 20년은 모두가 함께 걷는 동행의 시대여야 합니다. 1945년의 광복이 '무엇으로부터의 해방'이었다면, 2045년의 광복은 '무엇을 향한 건설이었는가'로 평가받을 것입니다. 우리가 세우려는 것은 함께 사는 공동체, 그리고 생명과 평화입니다.
우리가 넘어야 할 것은 한때의 불황이나 환경의 문제만이 아닙니다. 삶의 방식 전체를 바꾸어야 하는 문명의 전환입니다. 어둠 속에서 나아갈 빛의 방향을 미리 정하는 일, 지금 이 시간이 그 갈림길입니다.
우리는 기적을 이루었습니다. 식민지와 분단과 전쟁의 폐허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를 함께 이루어 냈습니다. 정치와 경제가 나란히 올라선 드문 역사였습니다. 위기의 순간마다 헌법의 절차와 광장의 양심으로 민주주의를 지켜 냈고, 세계는 그 시간을 놀라움으로 지켜보았습니다.
그러나 기적의 그늘에서 비극이 자랐습니다. 밖에서 보는 우리와 안에서 사는 우리가 너무나 다릅니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성공한 나라와, 각자도생으로 내몰린 국민의 삶 사이에 깊은 골이 있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 태어나지 않는 아이, 사라져 가는 지방. 밖의 힘이 아니라 안에서 무너지는 위기입니다. 무너지는 것은 사람만이 아닙니다. 온 인류가 우리처럼 살면 지구 하나로는 모자랍니다. 우리는 봄이 다 가기도 전에 한 해 몫의 자연을 써 버립니다.
생각이 다르다고 적으로 여기는 일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 대립은 정치에만 있지 않습니다. 경제와 노동에, 시민운동과 학계에, 종교와 문화예술에 이르기까지 어디에나 진영의 금이 그어져 있습니다. 갈라진 사회는 불공정할 뿐 아니라 덜 지혜롭습니다. 가장 깊이 끊긴 자리에 청년이 있습니다. 열에 다섯은 어느 정당에도 마음을 두지 않고 정치에서 등을 돌렸습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요란한 붕괴가 아니라 조용한 쇠퇴입니다. 당장 무너지지 않기에 결단은 미뤄지고, 그사이 사회의 활력은 천천히 말라갑니다. 지금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광복 100년은 자랑스럽게 기념할 수 없는 날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우리 자신을 돌아봅니다. 앞서 걸어온 세대로서, 성장의 속도에 취해 함께 사는 법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번영을 일구는 동안 포용과 공존과 절제라는 기본을 소홀히 했음을 인정합니다. 성공을 만든 방식이 관성이 되어 아직도 우리를 붙들고 있습니다.
어느 진영도 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보수와 진보는 지난 80년 성취의 절반씩을 부정하며 서로를 적으로 삼아 왔습니다. 협치와 절제가 사라진 정치는 남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초상입니다.
그러나 성찰은 자책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스스로 돌아보고 스스로 고치는 힘, 그것이 지난 80년 이 나라를 일으켜 세운 가장 큰 저력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미 공존을 배워 왔습니다. 헌법이 마련한 틀 안에서 겨루고 또 바꾸며, 서로가 서로를 돌아보게 한 40년의 경험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오늘의 성찰은 주저앉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시 걷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는 광복 100년을 자랑스럽게 맞이하기 위해 네 가지 마음가짐으로 걷겠습니다.
포용, 서로 다른 생각과 삶을 받아들이는 너른 마음입니다. 공존, 그 다름을 안고 함께 살아가는 태도입니다. 절제, 이길 수 있어도 멈출 줄 알고 넘지 말아야 할 선을 스스로 지키는 자세입니다. 대화, 더 센 말과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먼저 듣는 귀입니다. 대화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끼리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과 하는 것입니다.
동행은 함께 걷는다는 뜻입니다. 먼저 공통의 마당을 만들고, 그 위에서 함께 길을 찾는 일입니다. 너와 나를 가르지 않는 나라, 누구나 나의 나라라고 말할 수 있는 나라를 향해 걷는 일입니다. 동행은 목소리가 닿지 않는 곳까지 가야 합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세대에게, 말할 자리를 얻지 못한 이웃에게, 사람이 아닌 뭇 생명에게까지 가야 합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세계와 함께 걷는 동행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2045년의 새로운 대한민국을 향해 여섯 가지 과제를 국민과 함께 풀어 가겠습니다.
우리는 함께 사는 일상이 가능한 나라를 바랍니다. 아이가 줄어들고 노인이 많아지는 일을 두려움의 말이 아니라 설계의 과제로 삼겠습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일이 걱정이 아니라 기쁨이 되도록, 돌봄의 짐을 사회가 함께 지겠습니다. 한 줄로 세우는 교육을 넘어설 새로운 배움의 틀을 국민과 함께 논의하겠습니다. 서울만 남는 나라가 아니라 어디에 살아도 삶이 되는 나라여야 합니다. 우리의 밥상을 지켜 온 이들이 무너지면 우리의 삶도 무너집니다.
우리는 함께 다스리고 함께 책임지는 나라를 바랍니다. 권위주의의 40년과 민주주의의 40년을 지나, 이제 민주공화의 40년을 열 때입니다. 상대를 이기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서로의 불안과 고통을 이해하는 민주주의입니다. 타협하지 않으면 파탄에 이르는 낡은 틀을 넘어, 새로운 헌정 질서를 이야기하는 마당을 열겠습니다. 위기의 광장에서 터져 나온 시민의 힘을 일상의 제도로 옮기겠습니다.
우리는 마음이 순해지는 사회를 바랍니다. 광복 100년의 주역인 청년과 동행하겠습니다. 여론조사가 아니라 직접 만나고, 가르치려 들지 않고 먼저 듣겠습니다. 차별과 혐오를 넘어 서로의 존재를 존중하는 문화, 고독이 미움으로 자라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습니다. 우리가 갖고자 하는 것은 남을 누르는 힘이 아니라 문화의 힘입니다. 공원의 꽃을 꺾는 자유가 아니라 심는 자유입니다. 앞선 세대의 재능과 시간과 자산의 일부를 공동체와 다음 세대에 남기겠습니다.
우리는 기술의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가는 경제를 바랍니다. 기술이 가져올 미래는 정해진 운명이 아니라 우리의 선택입니다. 새로운 기술이 올 때마다 따져 볼 겨를도 없이 끌려가지는 않겠습니다. 노력의 결과가 부모의 자리에 따라 갈리고, 가진 것의 차이가 사람의 값어치 차이로 굳어서는 안 됩니다. 나눔은 성장이 끝난 뒤의 시혜가 아니라, 전환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입니다. 기술이 달리는 속도와 일하는 사람의 안전망이 함께 가야 합니다.
우리는 생명과 생태와 환경이 가장 높은 가치가 되는 나라를 바랍니다. 사람만 잘 사는 나라는 없습니다. 물과 흙과 공기가 성하고 뭇 생명이 성한 곳에서만, 사람의 자유와 평등도 설 수 있습니다. 기후 위기는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문명 전환의 문제입니다. 우리들과 우리들의 자손을 말한 헌법의 정신대로, 눈앞의 셈을 넘어 긴 시간의 눈으로 오늘을 결정하겠습니다.
우리는 평화가 일상이 되는 나라를 바랍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을 남북 겨레의 일상의 가치와 문화로 가꾸겠습니다. 이제 우리는 두려움 때문이 아니라 자신감으로 평화를 말할 수 있는 자리에 서 있습니다. 평화는 물러섬이 아니라 먼저 내미는 손입니다. 대립과 전쟁의 아픔을 겪었기에 평화의 소중함을 아는 나라, 그 아픈 경험을 인류의 자산으로 잇겠습니다. 식민지와 독재와 가난을 넘어선 우리의 길을 세계와 나누며, 새로운 길을 찾는 나라들과 함께 걷겠습니다.
이 길을 위해 우리는 약속합니다.
하나, 공론의 마당을 열겠습니다.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마당을 전국으로 넓히고,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토론과 합의의 원칙을 세우겠습니다.
하나, 마음을 일깨우는 문화운동을 펼치겠습니다. 미움과 냉소로 사나워진 마음을 돌보는 문화의 힘을 키우겠습니다.
하나, 세대와 동행하겠습니다. 청년을 직접 만나 서로의 경험과 지혜를 나누고, 가진 것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사회적 상속의 운동을 펼치겠습니다.
하나, 지금 여기에서 미래를 미리 살아 보겠습니다. 마을과 일터와 학교에서, 우리가 꿈꾸는 내일을 오늘 실험하는 이들과 함께하겠습니다.
하나, 생명의 편에 서겠습니다. 기후와 생태의 위기를 진영 없는 공동의 의제로 삼고, 현실적인 대안을 함께 찾겠습니다.
하나, 평화를 일상으로 만들겠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이 겨레의 살림살이가 되도록 가꾸겠습니다.
우리는 2045년의 대한민국을 함께 그리는 운동입니다. 그곳에 이르는 길을 국민과 함께 묻고, 그 물음을 실천으로 옮기겠습니다.
지난 80년, 이 나라를 움직인 가장 큰 힘은 언제나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나왔습니다. 국민은 정책을 받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 나라를 설계하는 사람입니다. 광복 100년의 대한민국도 국민이 완성합니다.
우리가 꿈꾸는 2045년은 이런 나라입니다. 사람과 뭇 생명이 함께 깃들어 사는 나라. 고르고 넉넉한, 인간적인 민주공화국. 분단을 넘어 평화를 잇고, 세대를 잇고, 세계를 잇는 나라. 다른 나라들에 꿈과 희망을 주는, 세계와 동행하는 대한민국.
우리는 두려움이 아니라 갈망으로 초대합니다. 위기의 경고가 아니라, 함께 만들 내일의 설렘으로 손을 내밉니다.
함께 걸어 주십시오.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 주십시오.
함께 우리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내일을 열어 주십시오.
희망찬 광복 100년을 국민 여러분이 완성해 주십시오.
2026년 8월 14일광복 81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광복100년 국민동행 창립대회광복100년 국민동행 회원 일동